‘꿀잠’에 빠져든다…직장인을 위한 ‘4대 숙면 팁’

입력 : 2017.12.01 08:47

전 세계 어딜 가도 한국 직장인처럼 잠이 모자라는 집단도 드물다. 지난해에도 한국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국가 중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주변을 둘러보면 주중엔 잠잘 시간이 부족해 주말에 10시간 이상 한꺼번에 몰아 자는 직장인도 여전히 많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데는 엄청나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초과 근무를 시켜 타인의 시간을 빼앗고 수면 부족에 빠지게 하는 데는 익숙하죠. 저라도 발 벗고 나서 기업·정부고위층을 직접 만나 초과 근무를 줄이고 충분한 수면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싶습니다.”

30년 넘게 인간의 수면 습관을 연구해 온 니시노 세이지(西野精治) 스탠퍼드대 의학부 교수에게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 직장인을 위한’팁’을 물어보자 돌아온 말이다. 세이지 교수는 직장인의 수면 부족을 ‘수면 부채(負債)’라고 표현했다. “빚과 달리, 부족한 잠을 몰아서 한꺼번에 갚기는 어렵다. 수면이 부족할 경우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막고 제대로 된 수면 패턴으로 돌아오려면 최소 3주일 동안은 자고 싶은 만큼 밤잠을 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맞는 말로 들리긴 하는데, 무작정 ‘3주 연속 맘껏 잠을 자라’는 조언은 먼 나라 얘기로 들린다. 세이지 교수 역시 빡빡한 현실에 공감하며 “현실적으로 수면 시간을 6~7시간까지 늘릴 수 없다면, 반드시 수면의 질(質)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4~5시간을 자더라도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까.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저자 세이지 교수가 말하는 ‘꿀잠 팁’을 정리했다.

1. 목욕·토마토로 ‘숙면’ 체온 만들라
숙면의 첫걸음은 체온 조절이다. 푹 잠에 들려면 몸속 온도를 낮춰, 피부 온도와 격차를 줄여야 한다. 깨어 있을 때 몸속 온도는 피부 온도보다 2℃정도 높다. 하지만 잘 때는 몸속 온도가 0.3℃ 정도 낮아져, 몸 겉과 안의 차이가 2℃ 안쪽으로 좁혀지게 된다.

그러나 몸속 온도는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일부러 낮추기 쉽지 않다. 몸속 온도를 떨어 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목욕이다. 15분 이상 목욕을 하면 몸속 온도가 일시적으로 0.5℃쯤 오르는데, 목욕한 후엔 몸속 온도가 평소보다 더 많이 떨어지게 된다. 몸속 온도는 올랐던 만큼 떨어지고 나서야 서서히 제자리를 찾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취침 90분 전 약 15분 동안 목욕한 후, 40분쯤 뒤에 잠을 청하는 것이다. 단 목욕 시간이 15분보다 짧으면 몸속 온도가 금세 제자리를 찾아가 아예 잠자는 타이밍을 놓칠 수 있으니, 차라리 샤워만 하는 편이 낫다고 세이지 교수는 조언한다.
족욕(足浴)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발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몸 내부의 열 발산을 도와 체온을 떨어뜨려 목욕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발 마사지도 혈액순환에 좋지만, 대야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족욕이 직장인에겐 현실적인 선택이다. 양말을 신은 채 자는 것은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발에서 열이 제대로 발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숙면에 양말을 활용하려면 발을 따뜻하게 하고 나서 잠들기 직전 양말을 벗고 열을 식히며 잠에 드는 게 좋다.
저녁에 체온을 살짝 낮추는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토마토는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토마토를 냉장고에 두고 나서 차갑게 먹으면 체온이 내려간다. 열대 지방 사람들처럼 오이 주스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2. 저녁엔 뇌의 스위치를 꺼라
제때 잠에 들려면 저녁엔 사소한 일로 뇌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뇌가 흥분하면 체온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언덕길을 천천히 내려 가는 것처럼 하루 업무를 분배하고 패턴화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사소한 습관이지만 저녁에는 돈 계산을 할 때도 현금이 아닌 카드를 쓰는 것이 좋다. 현금 계산을 하면서 머리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저녁에는 되도록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

세이지 교수는 “나 역시 중요한 업무는 아침 6시부터 9시에 집중해서 처리한다”며 “잠들기 2~3시간 전엔 뉴스를 보거나 이메일 체크를 하는 것도 중단해야 스트레스를 줄여 푹 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근이 일상인 직장인이 매일 밤 머리를 비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잠을 청할 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기 전에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습관이 몸에 뱄다면 굳이 중단할 필요는 없다. 단, 추리소설보다는 지루한 책이, 액션 영화보다는 코미디가 좋다. 또 흔히 잠들기 전 숫자를 세곤 하는데, 그때도 발음이 편한 단어를 골라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sheep(양)’은 발음 자체가 쉽고 속삭이는 듯한 울림이라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저녁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저녁 식사를 건너뛰면 교감 신경이 활발해져 체온이 오른다. 오렉신이라는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돼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잠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3. 졸리면 1~2시간이라도 자라
오늘도 밤샘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매일 밤 11시에 잠에 들라’는 조언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세이지 교수는 이런 직장인들에게 ‘일단 졸리면 1~2시간 정도라도 잠을 자라’고 말한다. 사람은 몇 시간을 자더라도 수면 첫 90분에 몸 상태의 대부분을 되살리기 때문에 야근 도중이라도 잠깐 자고 일어나서 일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작정 졸음을 참고 밤을 새웠다가 새벽 4시쯤 잠에 들어 7시에 일어나려 하지 말고, 자정쯤 1~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일을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낮잠 역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낮잠 자기 5분 전에 따뜻한 물건을 손에 쥐어 손을 덥히고 깊은 잠에 들면 졸음을 참았을 때보다 작업 능률이 오른다. 구글·나이키 등 일부 기업은 아예 낮잠을 권장한다. 단 직장인이 30분 이상 낮잠을 자면 집중력을 잃거나 수면 관성에 빠지는 부작용이 나타나 20분 정도가 적당하다. 세이지 교수는 “수면 연구가인 나 역시 일정한 패턴으로 잠에 드는 게 힘들다”며 “불규칙적이라도 많이 졸릴 땐 잠을 자는 방식으로 수면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4. 약간의 알코올도 도움이 된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 술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술은 대표적인 수면제인 바르비튜레이트라는 약물과 매우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 오페라 가수인 시모자키 교코는 취침 전 도수가 40도가 넘는 보드카 한 잔을 마신다고 한다. 다량의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도수가 강한 술이라도 적은 양을 마시면 괜찮다. 단, 적당량을 초과한 알코올은 숙면을 막는다. 체중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알코올 농도 14도 기준 180ml 정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포도주 두어 잔 정도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취침 최소 100분 전에 마시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되고 다음 날 컨디션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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