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둘러싼 마지막 승부, 올해 벌어질 수 있다”

입력 : 2018.01.01 03:28 | 수정 : 2018.01.01 03:29

[위기의 한반도]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北, 2018년 핵·미사일 실험을 2~3번 한 후 협상하자고 할 것

美는 목숨 바쳐줄 동맹국, 中은 우리의 주적인 北의 친구… 설 자리 잘못 택하면 고아 된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우리 정부가 대북 압박의 김을 빼거나 걸림돌이 되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우리 정부가 대북 압박의 김을 빼거나 걸림돌이 되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미·북 간에 한국이 계속 북한의 핵 인질로 살게 하는 협상이 이뤄지고, 우리는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만 하게 되면 그것이 곧 우리에게는 재앙”이라고 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한반도미래포럼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18년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2~3번 한 후 회담에 나와 미·북 협상과 남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이사장은 “북한이 핵 완성을 향해 갈수록 되돌아오기 힘들고 비핵화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대북 경제 봉쇄를 통해 북한의 핵 무력을 막지 않으면 북한 핵을 이고 살거나 북 정권을 멸망시키는 두 가지 선택밖에 남지 않는다”고 했다.

―2018년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우울하다. 북한이 정말 ‘핵 무력 완성’을 했다면 회담에 나올 것이다. 그런데 ‘핵 무력을 완성했다’는 김정은의 선언이 ‘추가 핵·미사일 시험이 필요 없을 만큼 완성됐다’는 의미인지는 불확실하다. 아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거리 사격해서 재진입 기술 완성을 보여 주거나 미국에 ‘북핵 완성’을 확인시켜줄 실험이 2~3번쯤 더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모든 실험을 마치고 실력을 보여준 뒤 북한은 ‘협상하자’고 나올 것이다.”

―대화 재개는 우리 정부의 바람 아닌가.

“그런 ‘대화 만능론’이 제일 위험하다.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좋은 줄로만 아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우리에게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 능력의 질적·양적 확대를 안 하겠다, 현 상태에서 동결하겠다’는 것을 카드로 내놓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 ‘우리를 겨냥한 ICBM은 배치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한국·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은 허용하는 선에서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 그런 경우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정당화해주고 우리는 계속 북한의 핵 인질로 살게 된다. 핵을 가진 북한의 큰 전략적 계산 안에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남북 대화를 해도 우리가 무엇을 얻어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유일한 희망은 북한과의 협상 재개 전까지 완전한 대북 경제 봉쇄가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고 철저한 대북 제재를 하게 만들어서 북한 정권이 ‘도저히 숨이 막혀서 못 살겠다’며 협상에 나오게 해야 한다. ‘핵이냐, 정권 유지냐’ 양자택일을 하게 만들어야 그나마 비핵화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한·미, 한·일 관계가 다 좋아야 한다. 한·미·일이 힘을 합쳐야 중국이나 북한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대북 압박 공세의 김이나 빼고 걸림돌이나 되는 존재가 돼서는 미·일로부터도 따돌림 당하고 북·중으로부터도 무시당하게 된다. 미국과의 관계가 돈독하지 못한 한국은 북·중 입장에서 별 가치가 없다.”

―대미, 대중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좌표를 잘 보고 설 자리를 가려서 선택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한국과 중국은 운명 공동체’라고 했는데) 운명 공동체란 말은 동맹국에 대해서나 할 얘기이다. 중국은 우리 운명 공동체가 될 수 없다. 우리의 주적(主敵)은 북한이고, 중국은 그 적과 동맹을 맺은 나라다. 중국이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사실상 적을 보호하고 적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 우리가 위급할 때 목숨 바쳐줄 동맹국과 적의 친구를 똑같이 대해서는 안 된다. 양쪽에 더블 플레이하다가는 양쪽에서 다 신뢰를 잃는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는 적극 참여하겠다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참여는 유보했다.

“촌수(寸數)를 잘 가려서 외교를 해야 한다. 누가 형제·사촌이고 누가 남인지 구분 못 하면 나중에 아무 데도 기댈 곳 없는 고아가 된다. 역사를 보더라도 중국이든 일본이든 이 지역에서 패권을 잡는 나라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피해를 줬다. 앞으로 100년 동안은 중국이 지역 패권 세력이 될 것이고 그 피해자가 될 나라도 뻔하다. 인도·일본·베트남 이런 나라들은 중국의 패권적 횡포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이 이름 붙인 것이라서 싫다면 우리가 다른 이름의 전략을 내서라도 중국의 패권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들과 함께해야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화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비전이다. 중화 질서에 편입되고 싶어서 안달 난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낄 자리가 아니다.”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

“美, 우선은 경제봉쇄 나서겠지만 안 먹히면 올해내 군사옵션 쓸것

핵능력 거세하고 천수 누리느냐 中 방관속 혼자 싸우다 죽느냐 김정은에 남은 선택지는 2개뿐”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본지 인터뷰에서“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고 해서 무조건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본지 인터뷰에서“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고 해서 무조건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1993년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으로 시작된 북핵 위기가 종착역에 거의 다 왔다. 북핵을 둘러싼 마지막 승부가 2018년에 벌어질지 모른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이 3월쯤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우선 대북 경제 봉쇄와 같은 비(非)군사 옵션부터 쓰겠지만, 이것이 소진되면 올해 내라도 군사적 방법으로 북한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군사 옵션이 무조건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왜 2018년이 중요한가.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 노선 선포 5주년(3월 31일)과 정권 창건 70주년(9월 9일)을 맞아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 할 것이다. 미 본토를 위협할 북의 핵 능력이 2018년에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 능력은 첫째가 ICBM, 둘째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할 대형 잠수함이다.”

―북한이 핵 능력을 완성하면 미국은 군사 옵션을 사용하나.

“군사 옵션보다 비용·위험이 적은 대북 경제 봉쇄가 우선이다. 그 핵심은 (북을 옹호하는) 중국의 태도 변화인데 이를 위한 대중(對中) 경제·안보 압박 카드가 무수하다. 중국의 대형 은행이나 국영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환율·통상·지재권 문제 제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관계 개선,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기 등이다. 이 중 몇 개만 건드려도 중국의 전략적 셈법을 바꿀 수 있다.”

―그런 노력들이 실패하고 연내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그래도 북한이 끝까지 가겠다고 나오면 미국도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적 방법에 의한 비핵화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다. 2018년이 북핵 위기의 마지막 승부가 벌어지는 해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미국의 군사 옵션이 무조건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는 건 고정관념이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중국·북한도 전면전은 원치 않는다. 우선 미국은 한국에 자국 민간인도 많고 투자한 것도 많다. 자국민에 대한 사전 보호 조치를 안 하면 미국 대통령도 탄핵감이다. 중국은 참전 자체를 놓고 고민에 빠질 것이다. 참전 가능성만 놓고도 중국의 금융시장이 붕괴해 공산당 독재가 위태로워진다. 개입하지 못할 거다.”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까.

“김정은의 선택지는 두 개다. 핵 능력은 거세되지만 천수를 누리며 권력을 유지하느냐, 중국의 방관 속에 혼자서 한·미 연합군과 맞서 싸우다 죽느냐다. 전자가 당근이고 후자가 채찍이다. 한·미·중이 김정은에게 당근과 채찍을 확실히 제시하면 결국 당근을 택할 것이다. 흔히 북한은 잃을 게 없어 이판사판식 전쟁에 나설 거라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다. 북 주민은 잃을 게 없지만 역사상 어떤 절대군주보다도 많은 권력을 누리는 김정은은 잃을 게 정말 많다.”

―김정은이 이성적으로 행동할까? 확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은 군사 옵션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군사적으로 북한을 비핵화해도 전면전으로 가지 않을 전략적 제어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에서도 관영 매체 사설을 통해 ‘한·미 군대가 38선을 넘어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 하면 군사 개입에 나서야 하지만, 미국이 북한 핵 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한다면 군사 개입은 불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미국의 선제공격이 무조건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공포는 이 같은 국제 정세를 냉철히 살피지 못한 결과다.”

―김정은으로선 장사정포라도 쏘지 않겠나.

“수도권을 노리는 300문의 240㎜ 방사포가 위협적인데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다. 우리 군은 방사포가 숨어 있는 동굴 진지를 파괴할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진지 밖에 나와 있더라도 중대 본부와 탄약·무전기가 있는 진지가 파괴되면 지휘·통신이 안 돼 사격이 불가능하고 재장전도 할 수 없다.”

―우리는 뭘 해야 하나.

“북한의 대규모 반격을 억제할 수 있는 한·미 연합 작전 태세를 과시하는 게 중요하다. 채찍에 대한 공포감이 클수록 당근을 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림픽 때문에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하려 한다.

“연합 훈련의 연기·축소를 북한과의 대화 재개 또는 핵실험 중단 등과 연계하는 것은 극히 잘못된 일이다. 한·미 연합 훈련은 북·중이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안이다. 북한 비핵화의 입구가 아닌 출구에서 써야 할 아주 비싼 카드다. 이것을 대화 재개나 핵실험 중단과 맞바꾸는 건 비핵화 포기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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