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지옥 ‘9번 커브’ 넘어야 한국썰매 첫 메달

입력 : 2018.01.01 03:20

[평창올림픽 D-39]

메달색 바꿀 경기장 공략포인트
겉으론 밋밋해 보이는 9번 커브… 조금만 쏠려도 10번 벽에 부딪혀

시속 140㎞ 스키 활강 코스에는 소나무숲 ‘블루 드래곤’이 버텨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원한다면, 경기장 구석구석을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경기장마다 ‘놓쳐선 안 될’ 공략 포인트가 있다. 올림픽을 지켜보는 팬들에겐 건곤일척 승부를 만끽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썰매는 악마의 ‘9번 커브’가 승부처

썰매 종목이 열리는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엔 커브 구간이 총 16개다. 어느 커브가 가장 중요할까. 얼핏 보기엔 중력 가속도의 4~5배에 달하는 압력을 받으면서 시속 130~140㎞로 달려야 하는 ‘헤어핀 커브'(12·14번)가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랙 전체 중간쯤에 있는 ‘9번 커브’를 승부처로 꼽는다.겉보기엔 완만한 커브다. 헤어핀 커브의 최대 회전 각도가 180도인 데 비해, 이곳 회전 각도는 겨우 12도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이곳에 선수들의 혼을 빼놓는 ‘악마’가 숨어 있다.

주세기 루지 국가대표팀 코치는 “선수의 썰매 조종 기술이 가장 필수적인 지점”이라고 했다. 9번 커브에선 선수가 조종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트랙 한가운데 지점을 통과해야 한다. 조종 기술 없이 트랙에 몸을 그대로 맡기면 중력과 원심력에 따라 몸이 오른쪽으로 쏠리고, 이어진 10번 주로에서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면 이어지는 커브와 주로에서도 속도가 많이 떨어진다.

2017년 초에 열린 루지 테스트 이벤트 때는 세계랭킹 1~5위 선수 전원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들 대부분이 9번 커브 출구 지점에서 미끄러지면서 벽에 부딪혔고, 이후 최고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선 스키장에 숨은 ‘블루 드래곤’

경기장

알파인 스키 활강은 최고 시속 140㎞를 넘는 속도로 슬로프를 직강하하는 경기다. 정선 경기장의 경우 슬로프 한가운데 있는 소나무 숲이 최대 장애물이다. 남자 선수들은 이 숲의 왼쪽(선수 진행 방향 기준)으로, 여자 선수들은 숲의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슬로프를 통과해야 한다. 남자 선수들이 통과해야 할 숲의 왼쪽 구간은 밑에서 봤을 때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양 같다고 해서 ‘블루 드래곤 계곡'(Blue Dragon Valley)이라고 불린다.

이곳은 슬로프 폭이 좁은 데다 바닥이 깊게 패어 있다. 이 구간에서 기문을 통과하다 보면 벽에 부딪히기 쉽다. 좌우 경사도가 높아 라인을 잘못 타면 시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바로 이어지는 구간엔 거목(巨木) 하나가 서 있다. 경기장이 지어지기 한참 전부터 지역 주민들이 영험하다고 여기고 맑은 물을 떠서 기도를 올리던 나무다. 아기를 갖고 싶었던 여인이 그 나무 아래서 기도를 하자 아기가 태어났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스키장 설계자인 버나드 루시(69)는 이 전설을 듣고 “그렇다면 함부로 벨 수 없다”며 일부러 남겨뒀다고 한다.

골프장서 바뀐 크로스컨트리 스키장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팬들이 올림픽을 제대로 즐기려면 꼭 알아둬야 할 경기장 포인트도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 강릉·관동 하키센터엔 경기장 중앙 상공에 대형 직육면체 시설물이 붙어 있다. 여기에 동서남북 4방향으로 가로 5m·세로 3m짜리 전광판이 2개씩 붙어 있다. 이름하여 ‘비디오 큐브’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경기장에서 흔히 보이는 전광판 시설이다. 객석 어느 곳에서든 경기 정보를 볼 수 있다. 스코어는 물론, 주요 영상 실시간 리플레이도 제공한다.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NHL 실제 경기장에 설치된 큐브에 비교하면 작은 사이즈지만, 아이스하키 특유의 박진감과 화려한 영상미를 전달하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종목이 열리는 코스는 원래 골프장(알펜시아 700 골프클럽)이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골프장 카트 도로와 그린이 흰 눈을 덮어쓰고 스키 경기장으로 대변신한 것이다. 전체 경기장 트랙 8.3㎞ 중에서 5㎞가 골프 카트 도로를 활용한다.

원래 골프장인 이곳에는 조명시설이 없었지만 크로스컨트리 등의 올림픽 경기 시각이 저녁 시간대(15~20시)로 잡히면서 전 구간에 97개의 조명 시설이 설치됐다. 지금은 밤하늘이 낮처럼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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