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견마최난(犬馬最難)

입력 : 2018.01.01 03:16

’57 닭’도 있고 ’59 돼지’도 있는데 사람들은 유독 ’58 개띠’를 얘기했다. 1958년은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로 비로소 6·25 전 수준을 회복한 해다. 전쟁의 굶주림과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내일을 생각할 겨를을 갖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그렇다 해도 숫자로 보면 59년생이 78만8910명, 60년생이 86만8684명으로 58년생 75만910명보다 많다.

▶58년생이 입에 오르내린 건 그들이 베이비붐의 중앙에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나름의 어떤 시대적 역할을 수행해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히 ‘개띠’였기 때문에 더 했던 것 아닐까. 개는 만만하다. 개는 오욕(汚辱)과 비루함을 견디며 굴러온 한국 현대사와도 닮았다. “아비는 종이었다…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서정주 ‘자화상’) 그 1958년으로부터 60년, 다시 개의 해가 밝았다. 

[만물상] 견마최난(犬馬最難)

▶’읍견군폐(邑犬群吠)’라고 했다. 동네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댄다는 뜻이다. 소인배들이 떼 지어 누군가를 헐뜯는 세상이다. ‘술집 개가 사나우면 주막의 술이 시어진다(狗猛酒酸·구맹주산)’는 말도 있다. 권력 주변에 사나운 개들이 많으면 현명한 이들이 모이지 않는 법이다. 속담과 격언에 나오는 개는 하나같이 흔하고, 천하고, 싸우는 모습이다. 인간은 몇 조각 먹이로 개를 길들여놓고 개의 대가 없는 충성심을 비굴하다고 욕하기도 한다.

▶그러나 흔하다고 해서 곧 하찮거나 만만하게 볼 수 있을까. 옛글 가운데 드물게 개를 대접한 문장이 있다. “개와 말은 어렵고 귀신과 도깨비는 쉽다(犬馬最難 鬼魅最易).” 중국 고전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이다. 개나 말은 항상 보기 때문에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어렵다.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비평의 눈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 귀신이나 도깨비는 아무도 본 일이 없어 어떻게 그리든 시비할 사람이 없다.

▶인생의 많은 중요한 일들은 견마(犬馬)처럼 평범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실제 행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평범한 것은 하찮게 여기고 있지도 않은 귀신이나 도깨비를 좇는다. 눈에 안 띄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 하는 사람보다 튀는 기행(奇行) 하는 사람을 높이 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사회는 상식과 기본을 잃어간다. ’58 개’들이 환갑을 맞는다. 세대의 수레바퀴가 한번 크게 돌았다는 얘기다. 새해 아침 ‘견마최난’의 뜻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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